중국 게임이 국내 시장에서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국내외 회사들이 확률형 아이템 논란 등으로 주춤한 사이 완성도 높은 신작을 앞세워 국내외 게임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다만 중국 게임의 선정적인 내용과 역사 왜곡 문제를 막을 방법이 없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중국 게임사업연구원의 말을 빌리면 중국 게임의 국내 매출액은 올해 6분기 80억6700만달러(약 5조6000억원)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시간 32억8100만달러(약 5조4000억원)와 비교해 8% 넘게 성장했다.

중국 게임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미호요의 ‘원신’, 텐센트의 ‘왕자영요’, 링시게임즈의 ‘삼국지 전략판’은 올해 4분기 전 세계 핸드폰게임 수입 롤대리 기사단 순아래에서 10위 안에 들었다. 수입 8위에 오른 원신의 경우 월등한 그래픽에 과하지 않은 과금 유도 플레이로 호평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중국 게임의 영향력은 확대되는 추세다. 전날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00위 게임 가운데 43개가 중국 게임으로, 전년 말 21개에서 큰 폭으로 불어났다. 기적의 검, 삼국지 전략판, 원펀맨: 최강의 남자, 원신 등이 1위 안에 분포돼 있는데, 이 게임들은 국내외 게임과 비교해서도 모든 면에서 부족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게임업계 직원은 “일반인들은 중국 게임과 해외 게임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중국 게임은 발전한 상태다”라며 “중국 게임을 별도로 분류해 구분할 원인이 없어질 것으로 본다”라고 했다.

선정적인 내용과 왜곡된 역사 인식은 중국 게임의 고질적인 문제다. 우리나라게임정책자율기구가 지난해 선정성 등의 문제로 적발한 게임 광고의 절반은 중국 게임(31건)이다. 이는 미국(13건), 한국(12건), 일본(8건) 게임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반면 처벌 사례는 지난 9년간 15건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처벌 규정이 없어 선전을 제한하고 시정 명령을 하강시키는 등의 조치로 그치는 때가 대부분이다.

며칠전에는 한복, 김치, 고구려 등 우리 문화를 중국 문화로 둔갑시키는 중국 게임 내 역사 왜곡 문제가 심각하다. 중국 4위 게임 유통사 37게임즈가 선보인 ‘왕비의 맛’은 전년 여성을 성 제품화하는 등 선정적인 내용을 배합해 논란이 됐다. 또 http://query.nytimes.com/search/sitesearch/?action=click&conten... 중국 개발사 페이퍼게임즈는 이번년도 초 한복 아이템을 추가했다가 ‘한복은 중국 고유 의상인 한푸와 같다’는 중국 네티즌들의 주장에 아이템을 삭제하는 등 역사 왜곡에 동조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이런 문제를 사전에 확인해서 걸러낼 방법은 없다. 국내외에 유통되는 휴대폰게임의 주로인 92%가 구글과 애플 앱스토어의 등급분류를 통해 서비스되기 덕분에 논란이 된 직후에야 서비스가 중지되는 등 사후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국회를 중심으로 중국 게임의 역사 왜곡 문제를 막기 위한 게임법 개정안이 발의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법안 통과에 대부분인 기간이 필요하고 예방보다 처벌에 방점을 맞췄다는 이유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게임을 제재할 실제적인 방법이 부족한 만큼 국내외 게임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식으로 중국 게임을 밀어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위정현 우리나라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과 교수)은 “결국 해외 게임사들이 적극적으로 지식재산권(IP)을 발굴해 중국 게임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라고 하였다.